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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식증, 가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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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121.♡.164.51) 작성일16-05-25 10:25 조회2,0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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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식증, 가족과 함께
 
최근 한 여고생이 어머니와 함께 스스로 ‘거식증’이라고 하면서 방문한 적이 있었다. 몸무게가 비만에 해당되지 않는데도 살이 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지나치게 식사량을 줄이다가 한번씩 폭식을 한다고 했다. 폭식은 주로 아무도 모르게 늦은 밤에 할 때가 많았으며, 폭식 뒤에는 스스로 구토를 유도한다고 했다.
이 여고생에게서 보이는 증상을 의학적으로는 ‘신경성 식욕부진증’ 또는 ‘거식증’이라고 부른다. 임상 경험을 통해 볼 때 거식증 치료에서 가족이나 치료자들이 염두에 둬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이런 환자는 생각보다 심각한 마음의 상처가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이를 잘 모를 수 있고, 환자 스스로도 정서적 고통이 없이 거식증이 생겼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환자로서는 자신의 갈등을 스스로 받아들이거나 드러낼 수 없는 상황이 많다.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없어 보여도 환자가 말 못하는 마음의 고통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바람직하다. 게다가 정서적 고통의 깊이가 깊기 때문에 치료를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 천천히 환자의 박자에 맞춰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급하게 서둘러서 환자의 불만을 이해하려고 하면 치료를 그르치게 된다.
한 예로 두 자매 중에 언니가 거식증 환자라면 어릴 때는 맏이로서 관심을 독차지하다가 여동생이 점점 자라면서 예뻐지고 이름난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한 것이 이유가 될 수 있다. 가족들의 관심이 동생에게 쏠리게 돼 언니에게 서운한 마음이 생겼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언니 입장에서는 가장 가까운 자매 사이에서 경쟁심과 질투심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럴 경우 가족들이 조급하게 언니의 심정을 드러내도록 밀어붙여서는 곤란하다. 스스로 무슨 말이라도 할 수 있다고 느끼고 안심할 때, 자신의 속마음과 고통을 털어놓게 된다.
거식증의 치료에서는 가족치료를 함께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딸이라면 어머니와 함께 가족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딸들의 경우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특히 어머니 그리고 자매 사이의 섬세한 정서적 문제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얼핏 보기에는 모녀 관계가 좋다고 하는 경우에도 실상은 자녀가 부모의 관심을 얻기 위한 태도일 수 있다. 사랑받기 위해서는 분노심을 감춰야 되니 직접 표현할 수 없고, 오히려 자신에게 해를 주는 방법을 찾게 된다. 거식증도 고통의 표현이며 의사소통의 방법이다.
가족들은 인내심을 갖고 서두르지 말고 환자의 깊은 정서적 고통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족들이 격려를 한답시고 증상에 대해 가볍게 말할 때, 환자는 위로를 받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고통을 몰라준다고 받아들인다. 대신 환자의 고통에 대해 심각하고 진지하게 다가가면 자신의 마음을 이해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더욱 안심한다. 일반적으로 환자는 스스로 치료를 포기하려 하고 그다음 가족들이 화가 나서 포기를 유도하도록 행동한다. 이때 가족들이 말려들지 않아야 한다.
끝으로 거식증의 경우 음식 섭취와 관련된 부적절한 행동의 조절뿐만 아니라, 우울증이나 성격장애 등 동반된 다른 정서적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출처: 한겨례신문 (허찬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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